싹디나와 1,000개의 명망가(名望家)
토기를 많이 소유한 싹디나 일수록 유산 상속 시 많은 증인이 요구되며, 잘못을 범하면 많은 벌금을 내야한다. 낮은 싹디나가 상급자에게 해를 끼친 경우 싹디나에 의한 차이가 클수록, 낮은 싹디나에게 많은 벌금을 물리고, 중한 벌을 받아야 했다. 봉건사회를 유지시키는 태국의 고유한 제도로 지방촌장, 유력한 가문을 세습해 왔는데, 쭐라롱콘 왕이 이러한 싹디나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그 유산이 명망가 집안으로 변신하여 태국의 지도층을 형성하여 이끌고 있다. 이름을 떨치는 집안(Family)수는 약 1천 개쯤 되는데 이 명망가 출신이 군, 경제, 행정, 정치, 사회계에 뻗어있다.
성 씨(,Family name) 종류가 백 만개가 넘으며, 우리나라 성씨에 비해 구성원이 소규모이다. 1912년 이후 생긴 대부분의 성씨는 40 ~ 50명으로 구성됐고, 전통적 집안이라 해도 천명 미만에 불과한 소규모이다. 따라서 0.3% ~ 0.5%의 엘리트가 태국의 핵심 지도층이라 추산된다. 명망가()는 구체적으로 해당 집안의 리스트가 있는게 아니라, 가령 람삼가(Lamsam)는 정치에 진출, 은행, 록슬리 그룹 소유로 태국 사회에 알려진 특별한 집안이라는 식이다. 태국에서 집안의 뿌리가 중요하다. 아직도 영향력이 막강한 육, 해, 공, 경찰군의 사관학교 입학이 무척 어렵다. 연령별 인구에 비하여 1천명 중 한 명 꼴로 입학 할 수 있는데 예비 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위하여 중 고등학교의 우수한 성적은 기본이다. 성적 외에, 선조가 국가에 어떤 공로가 있었는지 3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를 빛낸 공적이 없으면 입학이 밀리게 된다.
만약 할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했거나, 한국 6.25때 UN 군으로 KA전했다면 입학에 우선권이 있다. 이것이 출신, 신분에 의한 국민의 차별로 이해되어 헌법상 가능한지 찾아보았다. 헌법 제 30조에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며 출신, 인종, 성별,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 신분을 근거로 차별은 허용하지 않지만 불평등의 시정이나 평등의 장려를 위해서, 국가 결정에 의한 차별은 정당한 것으로 보는 예외규정이 있다.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비례적 평등을 지향한다.
애국자, 전사자나 참전용사의 본인이나 자손에게 사관학교 입학, 공무원 임용 등에 일정한 요건에 의해서 혜택을 주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 미국의 지원병에게도 대학교육 기회를 부여한다. 국가 혼란기에 망국적 행위자의 후손에게 평등의 시혜는 수용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가족에 대한 명예와 실질적 시혜를 우선하는 제도는, 전쟁 같은 국가위기에 애국시민이 전쟁터를 자원하는 국민정신을 함양하는 기초라고 본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명망가의 배경이 없으면 장군승진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범한 집안 출신은 장군이 되려하거나, 사관학교 동기생이 승진하니까 비슷하게 승진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장교들로부터 누구는 아버지가 장군이고 누구는 장관, 실력자의 아들이니까 초고속 승진이 당연하고,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불평하지 않도록 배려된 게 군인이나 공무원이 승진을 전혀 못해도 만 60세가 되는 해 9월 30일까지 정년을 보장하여 각자의 처지에 순응하고 살면 별 문제가 없도록 되어 있다. 집안 배경이 없는 자도 능력이 있으면 출세할 길은 있다, 결혼으로 명망가 가족이 되거나, 잘 나가는 군인을 상관으로 모시고 보좌하면 장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명망가에서 똑똑한 인재를 발굴하여 키워주고 가문의 울타리로 삼아 상부상조하며 평생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결여관행이 남아있다.
개방형 공무원 사회와 명망가 출신 공무원 사회는- 말단인 1급에서 계장, 부과장, 6 ~ 7급, 과장(Director of Division) 8급, 부장((Director of Bureau) 또는 부국장 9급, 국장 또는 청장 10급, 사무관 11급까지 있다. 공무원위원회(Civil Service Commission)에서 학력수준에 따라 3종류의 공개채용시험으로 1급 ~ 4급직원 (우리나라 9급 ~ 7금 해당)을 선발하지만, 1급에서 부국장인 9급까지 결원이 생기면 각 부처에서 적임자를 수시로 채용하여 보직을 줄 수 있는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가끔 업무상 만나는 상무부 직원은 방콕 근교 나콘파톰 출신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영국에 유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공무원을 시작하였는데, 어떻게 공직에 들어왔는지 물었더니 상무부에서 실시한 채용시험에 6명이 응시하여 5명이 선발되었다고 했다. 거의 모든 정부청사를 방문하면 벤츠, BMW, 도요다 등 동서양의 고급승용차로 주차장이 꽉 차있다. 이들 차 값은 국내가격의 2배가 넘는데 월급 120만원을 받는 국장이 3억을 호가하는 벤츠를 타고 다니는게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차를 샀냐고 물으면, 대부분 집안이 부자라거나 부모가 사주었다고 대답한다. 2000년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제 회의가 열렸는데, 한국대표를 담당한 외무부 여직원은 공무원 시작 2년차에 불과한데 자동차가 2대이다. 채용시험 합격선물로 부모가 각각 BMW승옹차와 스포츠카를 사주었단다.
국장, 사무차관도 정년이 만 60세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일부 보직만 바뀔 뿐, 부정이 적발되지 않는 한 권고사직조차 없다. 따라서 사무차관, 국장을 8년간 계속하는 경우도 있기에, 국장 승진은 한 부처에 1년간 겨우 1명 정도라 한다. 이 때도 경력과 집안배경이 영향력을 미치고 이미 승진에 적합한 요직에서 경험을 쌓고 기다리기 때문에 누가 승진하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동일한 직급에 때로는 15년 가까이 머물러 있어야 할 만큼, 승진 정체와 신분안정, 중앙부처 공무원 중 명문집안과 중상류 층이 많다.
- 교민잡지, 발행인 장봉순, P.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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